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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20) (스포)

작성일 20-01-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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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qVdJ5360 조회 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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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부장들.jpg 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20) (스포)


 <남산의 부장들>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본작과 마찬가지로 10.26 사건을 다뤘던 <그때 그사람들>도, 감독이 레퍼런스로서 언급해오던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도 아니었다. 겉으로는 정치 스릴러 내지 느와르의 형태를 띄는듯한 본작은 사실 보스의 총애를 둘러싼 치정극에 가깝게 느껴진다. 박통이 김규평을 임자라 부른다던가 몰락이 가까워진 박통의 옆을 계속 지키겠다는 김규평의 모습에서 박통과 김규평 사이의 관계는 단순히 충성의 관계를 넘어선 연인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곽상천에게 점점 밀려나가며 박통의 옆자리를 잃어가는 김규평의 질투와 분노가 결국 10.26을 촉발하는 것처럼 영화는 묘사하고 있다. 이런 보스에 대한 충성과 배신의 감정을 치정극처럼 묘사하는 작품으로는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김규평이 마지막에 박정희를 암살하기 전에 혁명의 대의를 말하는 부분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제시한다기보다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가 그의 보스에게 자기한테 왜 그랬냐고 윽박지르는 모습처럼 배신감에 치를 떠는 자의 절규로 느껴진다.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를 다루는데 있어 그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장르영화의 소재로 이용하려한다. 영화의 구도나 미장센에서 장 피에르 멜빌의 콜드 느와르나 <대부> 같은 갱스터 무비들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장르 영화의 방식으로 쭉 밀고나가서 보스의 총애를 둘러싼 남자들의 감정에 쭉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차라리 나았을거라고 생각되지만 영화는 은연히 실제 역사의 무게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내보인다. 궁정동의 암살 장면을 굳이 롱테이크로 찍어 마치 관객을 암살의 실제 현장으로 데려다 놓는다던가 결말의 사족같은 12.12 사태의 암시,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 실제 김재규와 전두환의 육성을 배치하는 등 실제 역사가 주는 스펙타클들을 전시한다. 영화는 잠깐 언급되는 김영삼을 제외한 모든 인물을 가명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실제 역사와의 연관을 피하려 하면서도 그 역사가 가지는 무게감은 어떻게든 전유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논란은 피하면서도 어떻게든 역사를 이용해보겠다는 것일까. 나는 감독의 이 태도가 다소 비겁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물론 좋은 장면들도 몇개 있었지만 그러한 장면들은 오히려 감독보다 배우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진 케이스였다. 대체적으로 편집이 잘 안붙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특히 전반부) 서사 또한 그저 사건을 툭툭 던져 제시한다는 것에서 끝나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되니 영화의 리듬감이 사라진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장 피에르 멜빌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데 단순히 화면을 차가운 톤으로 만들고 과묵한 표정의 사내들이 트렌치 코트를 입는다고 멜빌의 영화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멜빌의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완벽에 가까운 영화의 리듬이다. 그럼에도 우민호의 전작들보단 확실히 나아졌다는 인상을 느꼈다. 그의 전작에서 느껴졌던 과시적인 폭력과 쓸데없이 영화를 부풀리려는 과욕은 확실히 줄어들고 최대한 절제하려는 인상은 느껴졌다. 위에서도 언급한 그 이중적인 태도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박용각과 김규평의 마지막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박용각이 죽는 장면에서 그가 자신의 벗겨진 신발을 바라보는 시점 쇼트가 나오고 이후에는 그의 정면 클로즈업 쇼트가 따라붙는다. 이후 엔딩에서 김규평은 차안에서 자신의 신발이 벗겨진 걸 바라보는 시점 쇼트가 나타나고 이어서 김규평의 정면 클로즈업 쇼트가 따라붙는다. 이 때의 김규평의 모습은 육본이냐 남산이냐를 결정하는 순간이 아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전임자 박용각의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되는 그의 처지를 드러내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가장 인상에 깊게 느껴졌다. 또한 후반부의 롱테이크에서 피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김규평의 모습 또한 기억에 남았다. 10.26 사건을 성스러운 혁명의 연속이 아닌, 그저 욕망과 질투에 묶인 한 인간의 몸부림으로 표현하는 순간이다. 전반적으로 아쉬웠던 영화 속에서도 이 두 장면은 꽤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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